여행, 재충전의 시간

10일 전부터 준비하는 유럽 여행기- 4. 흔들리지 않는 다정함, 포르투갈 리스본

레이2023 2023. 4. 24. 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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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유럽에 불러들인 장본인, 내가 유럽에 온 이유는 바로

포르투갈 리스본이다.

조금 더 자세히 말하자면, 리스본에 위치한 Refood 센터 자원 봉사자로 참여하고 싶어 리스본에 오게 되었다.

 

 

 

 

흔히들 말하길 공항은 그 나라의 첫인상을 결정짓는다고 한다.

그리고 사실 리스본 공항은 그리 반가운 경험은 아니었다.

유동 인구에 비해 다소 작은 건지 어딜 가나 저 끝-까지 이어진 줄은 도대체 공항을 언제 빠져나갈 수 있는 건가... 한숨만 푹푹 나왔고 이 기분 탓인지 모든 게 정신없어 보였다.

 

하지만 내가 지금 기억하는 리스본의 첫인상과 끝인상은 '다정함' 그 자체이다.

"우리가 서로 헤매지 않고 이렇게나 빨리 만났다니 너무나 다행이예요!" 공항에서 빠져나와 처음 만난 impactrip 매니저가 웃으며 건낸 첫 인사, "Hug?" 부득이하게 예정보다 일찍 종료하게 된 나를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안아주던 impact beach house의 동료 봉사자들.

이들은 내가 기억하는 리스본, 여행 중 얻은 귀중한 배움이다.

 

 

 

 

숙소에서 본 동네 뷰

봉사자 OT 전까지는 몰랐지만 이 impactrip은 내가 신청한 Food rescue (Refood)외에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연결 중이었다.

-스쿠버다이빙 자격과정부터 진행해 바다의 쓰레기를 수거하는 marine conservation

-숲 속 오두막에 거주하며 사라져가는 늑대를 돕는 wolf conservation

-동물 보호센터에서의 봉사 animal care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과 함께 하는 youth support

-그리고 내가 참여한, 지역사회의 식당/슈퍼마켓 등에서 기부된 음식을 도움이 필요한 분들에게 재분배하는 food rescue

이 외에도 더 많은 프로그램들이 있었다.

 

이 봉사단체를 통해 직접 신청을 했더라면 이 다양한 프로그램들의 존재를 미리 알았겠지만, 난 플래닛주민센터라는 한국 에이전시를 통해 신청을 했기 때문에 새롭게 알게된 것들이 많았다. 하지만 처음 혼자하는 해외봉사였기 때문에 친숙한 한국 회사를 통해 진행한 건 잘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주변인들에게 많이 추천하기도 했다.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이 센터에서 자원 봉사를 하며 몇 가지 느낀 점들이 있었는데,

먼저 가장 인상깊었던 점은 "우리가 '무려' 음식을 무료로 제공해."라는 접근이 아니라 "어떤 걸 드시고 싶으세요?"라는 세심하고 따뜻한 접근이었다.

 

가자마자 가장 궁금했던 점이 이 클라이언트분들이 어떤 경로를 통해 이 센터로 오게되는가,였는데 지역 사회복지사를 통해 온다고 했다. 그리고 요리를 할 수 있는 환경인지, 어떤 음식에 알러지가 있는지 등등 각 개인 및 가정에 맞는 조건에 따라 식단을 달리 제공한다. 그리고 이 식단이 꽤나 체계적이어서 정말 '실질적인 도움'을 추구하는 구나 라는 메세지도 자연스레 느낄 수 있었다.

 

그릇이 터지지 않는 한 꾹꾹 눌러담아 모자름이 없이 하자는 매니저의 한 마디와, 제공되는 식단 외에도 야채, 과일, 빵 등을 진열하여 더 필요한 것들까지 직접 가져갈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 그리고 이를 뒷받쳐 주는 다양한 기부 음식들은 얼마나 관계자들이 이를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는지 몸소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이 기부된 음식에 한국 재료도 많이 보여서 또한 인상적이었다. (김, 심지어 불닭 소스도 있었다...!)

 

다만 솔직하게 한 가지.

물론 졸업 이후에 한 번도 사회복지계에 발을 들인 적 없는 학사만 사회복지학인 짧은 식견이지만 이런 프로그램이 과연 클라이언트분들의 자립을 도울 수 있을까? 라는 궁금증이 들기도 했지만... (기억하기로 사회복지의 목적이란 바로 클라이언트의 '자립'에 있다는 교수님의 말씀을 아직 기억하고 있기에...) 이는 단 며칠, 프로그램의 단면만 경험한 내가 의문을 던지기에는 좀 어리석은 생각이긴 했다.

식사를 하지 못하는 아이가, 한 가정이 함께 모여 밥을 먹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의미가 있기 때문에.

봉사 후 퇴근 길

 

 

 

 

 

사실 리스본은 여행이 아닌 봉사가 주 목적이었기 때문에 멋드러진 사진과 기깔나는 여행 후기는 없지만

나에게 리스본은 여전히 다시 한 번 방문하기에 충분한 매력이 있는 곳이다.

오래 됐지만 여전히 멋스러운 건물들, 언덕과 언덕으로 이어진 무지 힘든 곳이지만 그렇기에 뷰 포인트가 다채로운, 해산물과 에그타르트가 환상적인, 리스본은 여행으로도 정말 손색없다.

많이들 인생 에그타르트라고 꼽는 벨렘의 소문난 나타 맛집

 

벨렘탑, 해가 질 때 보는 것도 좋다고 한다.
리스본 최애 사진

 

 

 

참 다정했던 리스본,

또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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