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 담는 나의 하루 9

샤이 유당불내증들에게_250312

스타벅스, 매머드 커피, 빽다방.이 세 카페의 공통점은 두유 변경이 가능하다는 것이다.“혹시 두유 변경 가능한가요? 아… 그렇죠. 없죠? 그럼 아아 한 잔이요.”한 번도 뱉은 적이 없을 순 있어도 한 번만 해본 적은 없는 이 질문, 유당불내증이라면 경험해 보았을 것이다.다시 말해 그들에게 우유란 가까이하고 싶어도 가까이할 수 없는 금기의 영역이며 라떼란 말 그대로 그림의 떡이다.하지만 하지 말라고 할수록 하고 싶어지는 것은 인류 공통의 난제인 것, 라떼를 먹지 못한다면 우회해서라도 먹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다.그것이 바로 희망의 불꽃 두유이며 종종 아몬드와 오트밀크도 존재를 뽐내곤 한다. 유당불내증들의 일탈은 꽤나 귀엽다. 스트레스에 허우적대는 날이면 하면 안 되는 일을 저지른다.바로 당당히 라떼를 주문..

어른_250311

“1년 동안 한 번이라도 썼어? 아니야? 그럼 버려.”때마다 돌아오는 냉혈한 버림주의자에게 ‘수집’이란 비효율적 삶의 방식의 표본 혹은 공간 낭비 정도가 딱 알맞았다. 어차피 물건은 차고 넘치고 추억은 다시 만들면 되니까.하지만 그녀의 엄마는 달랐다. 이 바지는 비싸게 주고 샀으니까, 저 상자는 소중한 선물을 품었던 상자였으니까, 이 메모는 글씨가 정말 예쁘게 써졌으니까, 저 이불은 아이들이 쓰던 거니까….버리지 않을, 아니 버리면 안 될 이유만 만들던 그녀의 서랍은 발길이 끊긴 듯 텅 빈 골목의 잡화점처럼 짙은 세월의 흔적이 느껴졌다.그들에게 청소는 전쟁과도 같았다. 버리자는 공격과 그것을 막으려는 방어가 난무하는 소리 없는 전쟁. 이 소란 속에서도 그녀는 그것들이 품고 있는 옛 기억을 남몰래 그리워했..

하루를 열어주는 사람_250310

퇴사 후 맞게되는 아침은 생각보다 불쾌한 존재는 아니예요.‘씻어야지, 일 가야 돼, 오늘은 회사에서 이걸 끝내야 돼.’해내야만 하는 아침이 아니라 그냥 일어나기만 해도 되는 아침, 그 자체로 바뀌거든요.알람? 맞추지 않아요.학교 가랴, 회사 가랴 매일 아침 알람에 눈떴던 지난 날들이보답이라도 하는 듯 그냥 눈이 떠집니다.아님, 제가 알람에 보답하는 걸 수도 있구요.눈을 뜨면 시간을 확인합니다. 중요하진 않아요.그리고 카카오톡을 들어갑니다. 이제부터 중요해요.귀찮아서 수신거부조차 해놓지 않은 광고들, 간간이 있는 단체카톡방을 지나쳐 가장 중요한 메세지를 클릭해요.“잘 잤어? 잘 자구 약 챙겨 먹구 푹자. 사랑해.”찾았다! 거울로 보지 않아도 입꼬리가 올라가는 게 느껴져요.하루의 첫 장, 새하얀 도화지의 첫..

대상포진과 나의 서른 하나.

며칠 전부터 몸이 좀 안좋더니 결국 대상포진이 왔다. 처음 겪어보는 통증이다. 분명한 건 이 병이 나에게 터닝포인트가 될 것이라는 예감이다. 돌이켜보면 서른 한 살의 나는 일벌레였다. 잘 하고 싶어서, 자라고 싶어서 그리고 칭찬받고 싶어서 무던히 애쓰고 악썼다. 내가 한 건 이 것뿐이였는데... 한 사람의 삶에는 결코 이 것만이 전부가 아니란 걸 이제야 깨달았다. 일에 미쳐사는 치열함을 동경해왔던 것은 명백한 사실이기에 어디 탓할 곳도 없다. 나는 나를 챙기지 않았다. 어쩌면 그게 멋이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10월 23일까지 서른 한살의 나는 이런 멋을 부리며 살았다. 오늘부터의 나는 질주보다는 완주, 책임보다는 경험을, 그리고 무엇보다 나 자신에게 보다 관대한 사람이 되어야지. 그간 충분했고, 만족..

One of the life lessons that I learn from a play

I saw a play called 염쟁이 유씨 when I was in my early twenties. The play is a mono-drama of an undertaker conveying how he became an undertaker, how he considers his job, in what ways he defines lives, and something like that and there's a word that I still remember since it was extremely memorable, which is "산다는 건 누군가에게 정성을 쏟는 일이다. Life is to dedicate yourself to somebody." At that time, I was stud..

'구조조정' 단어의 무게

구조조정 기업 경영에서, 급변하는 환경 변화에 대응하고 선도적 구실을 하기 위하여 기업의 기존 사업 구조나 조직 구조를 더욱 효율적으로 개선하려는 경영 전반의 개혁 작업. 회사의 구조조정이 선포되었다. 공지라고 하기에 가히 직원들이 느끼는 충격과 암담한 분위기는 나의 상상 속 비장함, 그 이상이었다. 어렸을 적 회사가 위기라며, 구조조정에 들어갔다는 엄마의 말이 어렴풋이 기억이 난다. '생계 유지'라는 기본적인 노동의 목적조차 이해하지 못했던 10대의 나는 마치 그것을 어려운 사자성어 중 하나쯤으로 치부하고 넘겨 버렸다. 아니면 시험에 나올지도 모르는 사회 용어 그 쯤. 그리고 30대에 접어든, 지금의 내가 느끼는 그 단어의 무게란 참 무겁고 갑갑하다. 내가 되나, 너가 되나 우울한 건 매한가지. 내가 ..

삼십살 버릇이 여든까지 갈까봐 시작하는 일기

2020.10.21 (수) 2021.01.01까지 10주, 정확히는 72일 전 영어공부 돈 모으기 직장 외 부수입만들기 (블로그, 유투브 등) 다이어트 식단조절 6시 기상 기타 배우기 . . . 연초에 호기롭게 세웠던 2020의 계획들은 2021이 10주가 남은 지금 공중에 흩날리고 있다. 아 참, 올해가 처음이 아니지. 노력없이 결과 얻기, 하고 싶은 건 많은데 누워있기, 이루고 싶은 것도 많은데 늘 하던 대로만 하기 그리고 이렇게 후회하며 계획(만) 세우기 세살 버릇 여든 간다던데 이미 세살은 지났고 이 삼십살 버릇이 여든 갈까봐 걱정스러운 나이가 되었다. 정신 차려야겠다. 그리고 이 블로그가 내 각성의 증거가 되기를 바라며 오늘의 일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