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3 3

샤이 유당불내증들에게_250312

스타벅스, 매머드 커피, 빽다방.이 세 카페의 공통점은 두유 변경이 가능하다는 것이다.“혹시 두유 변경 가능한가요? 아… 그렇죠. 없죠? 그럼 아아 한 잔이요.”한 번도 뱉은 적이 없을 순 있어도 한 번만 해본 적은 없는 이 질문, 유당불내증이라면 경험해 보았을 것이다.다시 말해 그들에게 우유란 가까이하고 싶어도 가까이할 수 없는 금기의 영역이며 라떼란 말 그대로 그림의 떡이다.하지만 하지 말라고 할수록 하고 싶어지는 것은 인류 공통의 난제인 것, 라떼를 먹지 못한다면 우회해서라도 먹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다.그것이 바로 희망의 불꽃 두유이며 종종 아몬드와 오트밀크도 존재를 뽐내곤 한다. 유당불내증들의 일탈은 꽤나 귀엽다. 스트레스에 허우적대는 날이면 하면 안 되는 일을 저지른다.바로 당당히 라떼를 주문..

어른_250311

“1년 동안 한 번이라도 썼어? 아니야? 그럼 버려.”때마다 돌아오는 냉혈한 버림주의자에게 ‘수집’이란 비효율적 삶의 방식의 표본 혹은 공간 낭비 정도가 딱 알맞았다. 어차피 물건은 차고 넘치고 추억은 다시 만들면 되니까.하지만 그녀의 엄마는 달랐다. 이 바지는 비싸게 주고 샀으니까, 저 상자는 소중한 선물을 품었던 상자였으니까, 이 메모는 글씨가 정말 예쁘게 써졌으니까, 저 이불은 아이들이 쓰던 거니까….버리지 않을, 아니 버리면 안 될 이유만 만들던 그녀의 서랍은 발길이 끊긴 듯 텅 빈 골목의 잡화점처럼 짙은 세월의 흔적이 느껴졌다.그들에게 청소는 전쟁과도 같았다. 버리자는 공격과 그것을 막으려는 방어가 난무하는 소리 없는 전쟁. 이 소란 속에서도 그녀는 그것들이 품고 있는 옛 기억을 남몰래 그리워했..

하루를 열어주는 사람_250310

퇴사 후 맞게되는 아침은 생각보다 불쾌한 존재는 아니예요.‘씻어야지, 일 가야 돼, 오늘은 회사에서 이걸 끝내야 돼.’해내야만 하는 아침이 아니라 그냥 일어나기만 해도 되는 아침, 그 자체로 바뀌거든요.알람? 맞추지 않아요.학교 가랴, 회사 가랴 매일 아침 알람에 눈떴던 지난 날들이보답이라도 하는 듯 그냥 눈이 떠집니다.아님, 제가 알람에 보답하는 걸 수도 있구요.눈을 뜨면 시간을 확인합니다. 중요하진 않아요.그리고 카카오톡을 들어갑니다. 이제부터 중요해요.귀찮아서 수신거부조차 해놓지 않은 광고들, 간간이 있는 단체카톡방을 지나쳐 가장 중요한 메세지를 클릭해요.“잘 잤어? 잘 자구 약 챙겨 먹구 푹자. 사랑해.”찾았다! 거울로 보지 않아도 입꼬리가 올라가는 게 느껴져요.하루의 첫 장, 새하얀 도화지의 첫..